"율리안 오빠~~"
한가하게 다과를 즐기고 있는 율리안과 카린의 뒤에서 발랄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웃고있던 카린의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그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샬롯 필리스 카젤느.. 카젤느 집안의 장녀로 그녀의 모친인 올텐스 카젤느 부인을 닮아 활발한 성격을 지닌 18살의 귀여운 소녀였다. 그녀는 카린의 얼굴이 굳어졌든말든 상관하지않고 율리안의 옆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쨘..오늘은 고구마케익이예요.."
샬롯이 그들 앞에 내놓은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노랗게 잘 구워진 고구마케익이었다. 샬롯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카린을 쳐다보고는 시선을 다시 율리안에게로 돌리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오늘은 진짜 예술로 잘 만들어졌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샬롯이 케익을 잘라서 두사람앞에 케익을 한조각씩 내놓았다. 그리고는 율리안이 먹는것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았다. 마치 그의 칭찬을 기다리는듯한 눈빛으로....
"맛있구나..샬롯"
샬롯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순간 카린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
"맛있게 잘만들었네...하지만 넌 매일 집에서 만들어오니 카젤느부인이 만들어준건지 어떻게 알겠어? 맛도 카젤느 부인의 케익맛과 비슷하고..."
"어머...카린언니..제가 카린언니같은줄 아세요? 전 그런짓 안해요.."
드디어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하고 한숨을 내쉬는 율리안이었지만 그의 그런 반응은 이미 그녀들의 안중에 없었다.
"그래? 하지만 아직 어린 네가 이렇게까지 만든다는건 못믿겠는걸?"
"저도 율리안 오빠한테 여기서 직접 만든 맛있는 케익을 맛보게해드리고 싶지만, 언니가 뭔지 알 수 없는것을 만든다고 심심하면 부엌을 전쟁터로 만들어놓은 통에 오빠네 부엌에서는 간단한 젤리조차 못만든다구요. 그리고 어머니께 배웠으니 당연히 어머니와 비슷한 맛의 음식이 만들어지는건 당연한거 아니예요?"
빠직.....순간 율리안의 귀에 카린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율리안은 이 두 여자의 신경전 사이에 끼여있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도망가게 놔둘 두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저 아무소리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만했다. 적어도 두 사람의 말싸움에 말려들지 않기위해서 케익을 열심히 입으로 나르고 있는 율리안이었다.
"도대체가 넌 아직도 어린 애가 왜 어른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이 난리인거야!"
"누가 누구 사이에 끼어들어요? 율리안 오빠를 먼저 안건 저였다구요. 어릴때부터 좋아한건 우습다 이건가요? 언니보다 더 오랜 시간을 오빠만을 바라보고 살았는데 중간에 끼여들고서는 적반하장 식으로 소리치는 언니야말로 웃긴거 아니예요?"
드디어 폭발한 카린의 날카로운 말을 샬롯 또한 지지않고 맞받아쳤다. 엄청난 속도와 말솜씨를 자랑해가며 싸우던 두 여자는 율리안을 쳐다보았다. 이제는 그만 결정을 내리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여자들 사이에서 율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시선을 외면하고 고구마케익 공략을 멈추지 않았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샬롯은 저녁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갔고 카린은 분한듯 부엌으로 가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엌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 이외에도 뭔가 타는듯한 냄새가 나는걸로 분명히 카린이 뭔가 만든다는것을 알수는 있었다. 율리안은 이제야 조용한 시간이 돌아온것을 기뻐하며 자신의 모든 힘을 기울여 작업하고 있는 '얀웬리 평전'을 써내려갔다. 한참 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래층으로 내려간 율리안은 얼굴에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것은 꽤나 많이 타긴했지만 그것의 정체가 케익이라는것을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역시 잘 안되네... 샬롯한테 절대 지지 않을꺼야. 한번 먹어볼래요? 좀 타긴했지만 그래도 레시피대로 만들었으니까 맛은 있을거예요"
아까 자신들의 싸움때문에 샬롯이 가져온 케익을 율리안 혼자서 해치웠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린은 자신이 만든 케익을 율리안이 먹어봐주길 바라고 있었다. 율리안은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아 카린이 잘라주는 케익을 입으로 실어날랐다. 더이상 케익의 맛을 본다는건 고문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카린은 그의 평가를 기다리는듯했다.
"괜찮네..."
사실 율리안의 입은 카린의 케익이 맛이 있다 없다는 맛을 느끼기는 커녕 속이 느글거리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샬롯이 가져온 그 커다란 고구마 케익이 자신의 뱃속에 들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가는 케익을 한입이라도 더 먹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율리안은 맛있다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율리안의 이런 말에도 카린은 성에 차지 않는 듯 율리안이 기절할 말들을 내뱉고있었다.
"좋아! 샬롯에게 지지 않을만큼 맛있는 케익을 만들때까지 계속해서 케익을 만들거예요. 민츠씨가 맛있다고 감탄할때까지요."
카린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그녀들의 전쟁이 끝나고나면 절대 케익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율리안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100제에 손을 안댄것 같아서 100제 주제들을 째려보다가 당첨된 것이 '케익'입니다.
(100제뿐만 아니라 패러디에도 거의 손을 안대고 있는 상황이라..-.-;;)
역시 바빠야 글이 잘 써지는군요.. 약국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썼습니다. -.-;;;
샬롯이 아직은 어려서 그렇지 분명히 올텐스를 닮아서 당찰것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샬롯이 율리안 오빠를 좋아하는걸로 봐서 분명히 샬롯이 크고 나면 카린과 한판 붙겠다..라는건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설정입니다 ^^;;
(물론 제 머릿속에만 입니다..쿨럭)
율리안의 성격상 딱 한사람이라고 결정을 못내릴것같아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모질게 잘라내지 못하는 성격)
분명히 샬롯이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카린과 샬롯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을 율리안이지요..
아니라구요? 제 전공은 동맹이 아니라서요..쿨럭.... (책임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