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전 100제의 81번째 주제인 혹스폭스 휘집스입니다.
원래는 단편 패러디용이었으나 100제에 '혹스폭스 휘집스'를 넣는 바람에 이쪽에 글이 올라갑니다.
"혹스폭스 휘집스..혹스폭스 휘집스.."
이 주문이 나와 케슬러 장군님을 연결시켜주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이 주문이 악귀를 쫓는 주문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단 한번도 의심해본 적도 없었다.
"마리카.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말했던 주문말인데...악귀를 쫓는다고 하는거..혹스 어쩌고하는것 말인데....."
"네? 혹스폭스 휘집스요?"
데이트 도중 케슬러의 뜬금없는 질문에 마리카는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그것이 정말 악귀를 쫓는 주문 맞는건가?"
"그럼요... 저희 할아버지께 배운 주문이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할머니께 그 주문을 배우셨다고 하셨어요.. 그 주문 덕분에 전쟁에서도 살아서 돌아오셨다고 제 귀에 못이 박힐만큼 이야기하셨는걸요..."
"그런가? 효과가 좋은 주문같군.."
케슬러는 마리카의 말에 수긍을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런 미신을 잘 믿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그 주문 덕분에 지금 이렇게 귀여운 약혼녀를 만들 수 있었으니 그냥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혹스폭스 휘집스'
악귀를 쫓아내는 주문으로 마리카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이 주문을 배웠다. 젊은 시절 군에 징집되어 가는 할아버지에게 그때까지만해도 그저 소꼽친구였던 할머니가 그 주문을 가르쳐주었다고한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할아버지였지만 한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뒤로는 그 주문에 대해 신봉하기 시작했고, 그 뒤에도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할아버지는 그 주문을 가르쳐준 할머니에게 감사의 감정 이상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제대 후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청혼했고 2년 뒤 두분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분은 금슬좋은 부부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사시고 계셨다.
마리카는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찾아뵙기로 했다. 얼마있지않으면 자신은 '마리카 폰 포이에르바흐'가 아닌 '마리카 케슬러 부인'이 되니까 그 전에 조부모님을 만나뵙고 싶었던것이다. 사랑스러운 손녀의 방문에 그들은 두 팔을 잔뜩 벌려 그녀를 반겼다. 그들은 아직은 여리고 어린 마리카가 결혼한다는 사실에 조금 걱정했지만 그 상대와의 나이차이가 20살 정도 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어떤 나이든 녀석이 감언이설로 어리고 연약한 소녀를 꼬드겼나하며 화를 냈지만 그 상대가 '사자의 샘 7원수' 중의 한명이며 헌병총감의 위치에 있는 윌리히 케슬러라는 사실에 그들은 뒷통수를 한대 맞은것이 정신이 아득해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손녀의 행복한 미소를 본 그들은 더이상 손녀사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기로했다.
"오랜만이로구나..마리카"
"보고싶었어요..할아버지..할머니.."
마리카는 그녀의 조부모의 뺨에 키스를 한 다음 집안으로 들어갔다. 한참동안 황궁에서 있었던일이며, 케슬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할머니가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주방을 들어가자 마리카는 조용히 할머니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악귀를 쫓는 주문.. 정말 효과가 좋던걸요,."
"무슨 주문 말이냐? 악귀를 쫓는거라..어떤거더라..."
"그거 있잖아요..혹스폭스 휘집스...말이예요.."
"응? 혹스폭스 휘집스라고? 너 그걸 어떻게 알았니?"
"할아버지께 배웠어요. 어릴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이야기인걸요.."
"어머...참..그런걸 애들한테 이야기하다니..정말 못말리는 영감이라니까..호호호"
할머니의 즐거운 듯한 웃음에 마리카도 함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주문을 악귀를 쫓는것 뿐만 아니라 두분의 로맨스이기도 하니까말이다.
"마리카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비밀이란다. 알겠니?"
"네.. 비밀로 할께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인가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의 러브스토리의 뒷이야기인가하고 마리카는 귀를 쫑긋거렸다.
"사실 그 주문은 악귀를 쫓는 주문이 아니란다."
"네?"
"그 주문은 '짝사랑하는 사람을 내것으로 만드는 주문'이란다."
"네에?"
마리카는 정말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믿고 있었으며,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위험한 순간에 헌병총감님께 당당하게 알려드린 악귀를 쫓아내는 주문이 사실은 사랑의 주문이었다니... 마리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놀랐니? 설마하니 그걸 네가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단다... 하여튼 저 영감의 주책은.. 하지만 주문의 효과는 확실했지?"
"네...네...."
당황한 마리카는 더듬거리며 대답을 했다. 그런 마리카를 보면서 할머니는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었다.
"사실은 나도 그 주문을 내 할머니께 배웠단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진짜 뜻을 알게되면 효험이 없다고하셨단다. 그러니까 너도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줘서는 안된다. 난 이제 다 늙어서 별 상관이 없어졌으니 너에게 알려주는거란다. 너도 나중에 네 손녀에게 알려주렴.."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손녀를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마리카는 자신의 침실에서 누워 한참을 생각했다. 그때 자신이 그 주문을 케슬러에게 알려주던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악귀를 쫓는 주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사랑의 주문이라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번 터져나온 웃음은 어떻게해도 멈춰지질 않았다.
그 주문이 무엇이든지간에 결국 몇개월 뒤 마리카는 그녀가 원한대로 마리카 케슬러 원수 부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