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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전하, 2005. 9. 10. 15:15, Diary/일상]
점심시간에 약국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여자 꼬마 2명이서 약국에 와서 숙제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뭔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동네 가게 돌아다니면서 조사해오기'란다.
게다가 초등학교 2학년 숙제..

아직 어린 애들인테 이런거 매정하게 뿌리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해준다고 했는데
(물론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하는 생각도 조금..쿨럭)
수첩과 볼펜을 꺼내고 진지한 자세로 덤벼든다......-.-;;

"여기에 뭐 있어요?"라는 질문에 "약국이니까 약이 있지"라고 대답하고는 잠시 고민..-.-;
이것저것 많이 적어야하는데 '약'이라는 엄청나게 포괄적인 대답을 해놨으니...-.-;;
그래서 온갖 약 종류를 다 불러줬다.

수첩 한페이지 정도를 적더니 갑자기 그림을 그려야한단다..쿨럭..-.-;;
(글자가 커서 한페이지 금방이더라..-.-;;)
그래도 애들 그림이란 거의 획일화 되어있으니 안도의 한숨.......
한참 그림을 그러더니 이제는 인터뷰를 해야한단다....-.-;;
도대체 뭘 얘기해줘야하나..라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물어보는 질문은 뜬금없는 "좋아하는게 뭐예요?"

좋아하는거라면 당연히.........라고 말하려다가 잠시 멈칫...
서태지와 홍명보..라고 말하면 얘기들이 모를것이고
그렇다고 미소년이나 뽀송뽀송 귀여운것들이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OTL
잠시 고민을 하다 질문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바꿨다....-.-;;


꼬마들이 가고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내가 좋아하는거..좋아하는거......음..
도대체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 말해도 될만한것이 무엇이 있느냐!!!
없다..OTL
태지오라방과 명보님을 향한 빠심은 두말할것도 없고
미소년과 뽀송뽀송한 귀여운 것들은 거의 변태수준이고...
좋아하는 장르는 심리물, 추리물 등등 사람이 죽어나가는것이니.....-.-;;
유해매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역시 초등학생에게 당당하게 말할 것은 못되는것이니...

어릴때의 트라우마는 평생을 간다..
인간 하나 살리는 셈치고 다음번에 또 꼬마들이 숙제라고 오면 처음부터 바톤을 엄니에게로 넘겨야겠다..
사랑합니다. 편안히 잠드소서